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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讀書/네그리2012/03/01 19:15

[인터뷰 2012] 새로운 민주주의로정치철학자 안또니오 네그리


  201214일자 아사히신문(朝日新聞)오피니언란에 게재된 안또니오 네그리의 인터뷰이다. 아사히신문도네다치 마사아키(刀祢館正明) 편집위원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네그리를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묻는 자의 목소리 톤은 학술적이라기보다는 저널리즘에 가까우며, 그래서 개념이나 사건이 지니고 있는 겹을 다소 일부러 무시하며 약간은 선정적이거나 대중적인 톤을 유지하려고 하는 듯하다. 다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또한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선정성과 대중성의 단점이면서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원전사고로 인해 일본이 휘청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탈리아까지 찾아가서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그런 근성과 여력이 부럽기도 하다. 국내의 한국일보경향신문등에서 연재 중인 학술기사 등의 성격과 유사하게 여기면 될 듯싶다.
 
묻는 자의 목소리에 답하는 네그리의 톤도 한층 누그러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씩 논문 한편에 해당될 듯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할 때, 이 영감님 맘이 어지간히 급한신가 보다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는데, 뭐 여기서는 그래도 다소 대중적이고 평이한 편이다. 영감님 앞으로도 쭉 건강하시고, 낙천적이시라.
 
(뒤에 붙는 네그리에 대한 소개나 키워드 소개는 불필요할 듯한데, 그냥 번역했다. 원문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번역 - 이종호>


수십만 명이 스스로행동하여 결정할 때가 도래했다

정치와 경제도 이상하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전체상을 알고 싶다. 세계적인 지성’()에게 묻고 싶다. 생각난 것이 안또니오 네그리였다. 이탈리아 정치철학자로 저서 제국다중으로 유명하며, 그리고……. 아니 머리말은 어째도 좋을 듯싶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자택을 방문했다.

 

금융이 휘어잡은 현대 노동자들, 국가와 기업도 아슬아슬하게

()유럽이 헐떡거리고 있다. 정부의 채무(빌린 돈) 위기가 확산되어, 유럽연합(EU) 주도의 긴축정책으로 사람들의 불만은 고조될 뿐이다. 유럽은, 세계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세계는.

 
――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내가 말할 수 있는 바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그 때 유럽은 더 이상 유럽이 아니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 그럼 어떤 것입니까.
유럽은 특히 전후의 유럽은 복지가 발전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고도의 시민사회였습니다. 세계의 발전과 과학기술에 자발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그 때는 모든 것이 모든 층위에서 축소되어 버리겠죠
그 중에서도 특히 염려되는 것이, 민주적 권리, 특히 노동자 권리가 축소되는 것입니다. 파업권이 제한되고, 복리후생이 소멸되고, 노동시간이 길어지고, 남녀의 고용격차가 확대될 것입니다. 비정규직 고용 등 불안정한 노동형태는 한층 횡행할 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 100년 전으로 되돌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물론 19세기 통일독일의 비스마르크 재상 시절로까지 되돌아가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빈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그 징조입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밀라노나 로마 등의 대도시 교외나 남부이탈리아에 가보면, 빈곤을 피부를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 교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 전체가 불안정한 상태로 되고 있습니다.

 ―― 이 위기의 근원은 무엇입니까?
하나는 국가가 전지구적 시장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과 노동자의 관계와 돈의 흐름이 바뀌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현대의 노동은 지적이며 인지적인 것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찍는 사진사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독자적으로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요구되는 것은 두뇌 그 자체와 인적인 조직력일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노동시장이며, 기업은 노동자를 파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금융은 노동자가 만들어낸 부를 손에 넣어, 그것을 화폐나 증권 혹은 주머니 속의 신용카드로 바꾸어 버립니다. 그것이 노동자의 부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이 흐름을 멈추려면.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피아트사()가 번영하면 나라가 번영한다고 말해지곤 했습니다만, 그러한 피아트도 생산의 중심축을 해외로 이전해 버렸습니다.
만약 새로운 흐름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피아트를 되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영역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영역의 통제(관리)에 다수의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입니다.



기능하지 않는 대의제, 우선은 아니오’(No)로부터 

네그리는
새로운 민주주의에 의해서만 오늘날의 세계적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그의 저서 다중에서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과 방법을 언급하고, ‘모두에 의한 모두의 통치를 말하고 있는데.

―― ‘70억 명이 70억 명을 통치한다? 그런 것이 과연 가능합니까?
그러한 물음은 정말로 반동세력으로부터 던져질 만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 민주주의의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것인가, 말 것인가 입니다. 노동, 생산, 금융 그리고 부의 재분배를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함께 통제(관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 통제(관리)’는 현재 정부가 할 수도 있습니다만.
정부라는 통치조직에는 사람들의 참여정도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금 각국의 정부가 위기에 처한 것은, 이미 정부가 사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게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국민 모두가 하나의 정권을 선출하고, 그 정권이 정치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모두가 그것으로 나아간다. 그러한 기존의 정치가 충분히 기능하지 않게 된 상황이 현재 민주주의의 모습입니다. 많은 나라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대립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황을 볼 수 있죠.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미국에서조차 그러합니다.

―― 일본도 바로 그러한 상태에 처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대의제와 삼권분립 등 18세기에 탄생한 민주주의의 장치는 부패한 것 같습니다. 부패했다고 하더라도 타락(corruption)한 것은 아닙니다. 기능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가결합니다.

―― 그렇다면 어떠한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나는 발명가도 예언자도 교조도 아닙니다. 듣더라도 어렵습니다. 나의 일은, 어디에서 어떠한 형태로 새로운 민주적인 시스템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나타나고 있는 사항을 분석하여 연구하는 것입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뉴욕의 월가 점거운동이나 스페인의 성난 자들운동 또는 북아프리카의 아랍의 봄등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설계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말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는 세계가 산 경험을 거듭하는 가운데서 생겨나는 것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90년대 중반부터 활발하게 전개된 새로운 사회운동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브라질의 무토지 농민 운동’(MST)은 가난한 농민들이 노는 땅을 점거하여 수매를 나라에 요구한, 토지소유의 변혁을 진척시킨 대규모 운동입니다. 정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여 그들과 열린 관계를 형성하며, 지역의 잠재적인 힘을 이끌어 냈습니다.
정부가 운동을 억압하지 않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운동을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모델이나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대공황 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진전시킨 것처럼.

――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다중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사례로 든 그들이 다중입니까.
그렇습니다. 단순한 대중이나 군중이 아닙니다. 특이성을 지닌 자율적인 개인의 모임이며 그것이 하나로 된 것입니다. 특이성이 중요합니다. 불안정할 수도 있습니다만, 기동성과 유연성이 뛰어난 존재입니다.
월가 점거는 그 의미에서도 다중을 대표하는 운동입니다. 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란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것입니까.
예를 들어 성난 자들은 데모와 집회가 아니라 캠프를 치고 생활방식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공동토의하고 있습니다.
혹은 병원의 운영으로 설명해 볼까요. 단지 치료와 연구의 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인간관계, 애정, 사회와의 관계 등, 더 인간적인 병원을 조직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생활전반에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정치로 치환하면,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사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나도 다중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당신의 일이 ’()을 얻는 것이라면 말입니다. 만약 프로파간다라면 다중이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 어떻게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까.
이 집 주변에 카페가 있어서 나는 매일 저녁에 얼굴을 내밉니다. 노인들과 온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혹은 세계의 이곳저곳 다니며,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강연을 합니다. 각각의 사람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움직여 나갑니다. 그것이 결국 다중을 만들어 냅니다. 좀 전에 말한 세계의 운동을 봐주세요. 다양한 개인들의 연결을 통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이야말로 광대한 영역에 달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생각할 시기입니다. 20만 명, 30만 명의 규모로 자신들을 조직하고 자신들로 자신들을 직접 통치한다. 그러한 때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선 현재 상태에 대하여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아니오라는 것이야말로, 최초로 행해야 할 논리적 행동입니다.

――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인 법률사무소 등이 네트워크 모양으로 연결된 전지구적 질서와 권력으로서 <제국>을 제시했습니다. 그것에 대항하는 것이 다중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합니까.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위기 속에서 시작되는 혁명

전지구적 경제를 유지하는 세계적인 권력인 <제국>과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에 의한 새로운 민주주의의 움직임. 우리의 미래는 그 싸움의 행방에 달려있는 것일까.

――제국911 후 부시 시절의 미국 일방 지배를 예언했다는 등으로 말해졌습니다.
제국90년대 이후의 세계에서 새롭게 탄생한 전지구적 질서를 나타내려고 한 시도였습니다. 원고는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기 전인 977월에는 작성을 끝마쳤습니다.
다만 제국은 미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이 전지구적으로 되어 가는 가운데, 질서 특히 민주적인 질서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이러한 세계에서 탄생한 전지구적 질서와 권력은 뭔가를 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제국이라고 명명하고, 대항하는 세계의 사람들의 새로운 움직임을 다중이라고 불렀습니다.
(부시 시절의) 미국은 이러한 전지구적 시장에 자국 중심의 일방적인 질서를 형성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까닭에 실패해 버렸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까, 괴멸적인 시도였습니다. 물론 부시 자신은, 자신이 세계시장에 질서를 부여하려고 했다고는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 당신은 반미주의자입니까?
아니오, 나는 대단한 친미주의자입니다. 정말입니다. 이후에 만약 세계의 어디에선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혁명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미국에서 시작되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혁명은 자본주의의 발전이 최고 수준에 달한 장소에서 발생한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맑스도 당시에 가장 진전된 나라에서 혁명이 일어날 걸로 생각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 당신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맑스라고 불린다고 하던데요.
아무쪼록 부탁입니다만, 그런 말씀은 삼가 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말장난을 좋아합니다.

―― 일본에서는 ()원전을 제외하고는 사회운동은 좀처럼 고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일본은 당신이 말한 세계의 흐름 밖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만.
뉴욕의 운동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율적 운동으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확장해 간 정말로 다중을 대표하는 운동입니다. 다중은 이라크에도, 튀니지에도, 영국에도 있습니다. 일본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확신하고 있는 것은, 대초원에 불을 지르듯이 그러한 이 세계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위기가 존재하며, 거기서 어떻게 탈출할 것인지 누구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이것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일본의 여러분과 같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이 때야 말로, 무엇이 진정한 민주주의인지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형태가 생겨날 것입니다.


 

안또니오 네그리(Antonio Negri)
1933년 북부 이탈리아에서 출생. 현대유럽을 대표하는 좌파지식인의 한 사람. 전 파도바대 교수. 78년 수상 암살 테러에 관련되었다고 하여 체포 투옥되었지만, 결백을 주장하며 83년에 파리로 망명. 파리 제8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저술을 계속했다. 97년에 자발적으로 귀국하여 재수감되었다. 2003년 자유로운 상태가 되었다. 현재는 세계 각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08년에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비자문제로 중지. 일본정부의 대응에 일본 국내에서 격심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00년에 출간한 마이클 하트 듀크대 교수와의 공저 제국은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킨 책이었다. 다중(04). 그리고 그 더불어 삼부작 커먼웰스(09)의 일본어 번역본이 올해 발간될 예정이다.


 

키워드 ‘<제국>과 다중’ 
예를 들면 IMF, 세계은행, WTO. 혹은 국제적인 NGO, 복합기업체, 거대미디어. 전지구화한 세계는 이러한 권력이 그물망처럼 펼쳐지고, 거대한 질서와 주권을 구성하고 있다. 거기에는 국가와 같은 정부도, 고유한 영토도 없다. 과감하게 간략화하면, 이것이 네그리와 공저자인 하트가 만들어 낸 개념, ‘<제국>’의 이미지에 가까울까? 3부작의 번역자 미즈시마 카즈노리(水嶋一憲) 오사카산업대(大阪産業大) 교수 등은 로마제국 등 역사상의 제국이나 제국주의의 제국 등과 구별하기 위해 <제국>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  <제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주체로서, 네그리와 하트가 17세기 네덜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로부터 인용한 개념이 다중’(multitude)이다. ‘군중’, ‘다수’, ‘다수성등으로 번역되지만, 네그리가 말하는 다양성의 의미가 제시되지 않는다. ‘다양한 개의 무리’(多様) 다개군’(多個群)이라는 번역 시도도 있다.



취재를 마치며 
미로와 같은 베네치아의 거리의 모퉁이를 돌고 돌아서 또 돌아서. 관광지에서 벗어난 일각에 네그리는 살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다. 때로 웃고, 때로는 이쪽으로 응시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내용은 과격하다. 대의제나 삼권분립은 이제는 안된다. ‘참여’가 중요하지만, 지금 존재하는 정치구조에 사람들이 가담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 주역들은 바로 당신들. 분노하고 행동하세요,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세요. 바로 거기에서 다음의 민주주의가 보일 것입니다. 이미 세계에는 많은 시도가 있으므로……
다음이란. 네그리 본인은 나는 모른다라고 말하지만,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에 이 사람에게는 보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지식인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확실히 그러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돌아올 때 미로는, 조금은 이해하기 쉽게 느껴졌다.

<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도네다치 마사아키(刀祢館正明) >


Posted by 붉은입술
읽기讀書/네그리2011/09/22 14:23

튀니지의 친구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안또니오 네그리

 

이 글의 원본은 'Secinda lettera adun amico tanisno'라는 제목의 이탈리아본이다. 現代思想20119월호에서 하시라모토 모토히코(柱本元彦, 이탈리아문학)チュニジのへの第二手紙라는 제목의 일어본으로 번역하였다. 이 번역문은 이 일어본을 저본으로 삼았다.(참고로 초역이며, 중역인 탓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더러 있다.)

 

 

2011323

 

A에게

 

첫 편지를 쓸 때 이미 인권의 이름으로 다국적군의 공중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인권을 지키기는커녕, 정말로 한심한 살육이었습니다. 당신은 이것을 반혁명의 개시라고 말했는데, 말 그대로였습니다. 리비아는 아랍혁명의 약점입니다. 즉 카다피의 어리석은 행동에 책임을 물어, 언제라도 공격을 개시할 수 있었습니다. 독재자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이 허락된다고 누구나 찬성했습니다……. 카다피는 확실히 독재자지만, 당신도 언급했듯이 사르코지, 카메론, 베를루스코니, 그리고 (축제의 마지막에) 오바바는 독재자는 아니더라도, 아랍혁명을 관리하려는, 즉 무해한 것으로 하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리비아에 대한 군사개입에는 법적인 전례가 있으며, 그것은 키레나이카(Cyrenaica)의 봉기를 지원하는 인도적 개입이라고 간주되었습니다. 즉 제국주의적신식민지주의적인 행동이 아닌, 인권을 존중한 우호적민주주의적인 행동이라고. 그럼에도 우리들의 정의(定義)로는 제국적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괴물을 공격하여 새로운 관리 규칙을 구축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혁명을 관리억압하는 규칙은 나라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당신이 주장하듯이, 이 혁명은 관리할 수 없겠죠. 다중이 봉기할 때는 다중 자신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자신 속에 독재자의 흔적이 있다면, 그것을 제거하는 것도 다중 자신입니다.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당신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A, 아십니까? 리비아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이탈리아에서는 국가통일운동 150주년 의식이 거행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의 사건과 리소르지멘토[이탈리아국가통일운동]장대한 운동임과 동시에 회색부분이 많다의 사이에, 어느 정도 많은 유사점이 있는 것이죠. 실제로 서방 국가들은 당신들에게 무엇인가 리소르지멘토와 유사한 것을 선물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19세기 유럽처럼 살쾡이식으로 잘 연마된 혁명. 그 당시 공화주의와 사회주의라고 불리고 있었던 것을 타도하고, 자본의 확대와 축적을 관리운영하기 위해서 귀족계급과 산업마피아가 손을 잡고 움직였습니다. 동일한 모델을약간 사팔뜨기적으로오바마가 반복했습니다. 요컨대 당시 이탈리아에서 교황 피우스 9(Pius IX)가 행한 것처럼, 아랍혁명의 돌을 던지면서 (1년 전에 카이로에서 지정학적 요소에 따라 조정된 누구나가 베를린 시민이다이라는 돌이었습니다만) 그것을 던졌던 손을 곧바로 숨겨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전에 식민지 지배를 행했던 국가들과 함께 관리통치의 수단을 잘 다듬어서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리는 것은 이제는 귀족계급과 현지 자본가가 아니라 이미 여러분들의 위대한 독재자와 단단하게 결부되어 있는 은행과 전지구적 자본입니다. 발전은 이제, 빈곤 속에서 초라한 자립을 강요당했던 국민과 국가의 고통스러운 노동에 의한 야만적인 축적이 아니라, 사회적 협동을 행하는 다중의 생산물인 것입니다. 해방되어야 하는 것은 사회적 협동과 공통적인 것입니다. 우리의 이 아랍혁명은당신이 말했듯이정치적 혁명 이상으로, 무엇보다도 사회적 혁명입니다. 우리들은 독재자뿐만 아니라 어떤 주인도 바라지 않습니다. 아랍의 젊은이들인 다중이 품고 있는 커다란 희망은, 주인을 바꾸는 것이 아닌 주인을 가지지 않는 것입니다.

서방 국가들의 군사개입은 요컨대 이 희망을 방해하고, 정치 상황 불안을 조성하고, 사람들을 새로운 주인과 그 공모자를 향하게 하고, 민주주의 세력과 우리들 운동의 공통적인 것을 유린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잘되지 않으면 근대적인 세속의 제국적세력이 기존의 식민지주의적 주인을, 과격파, 종교적 원리주의자, 그리고 독재자를 다시 귀환시키겠지요. 장대한 전략이 리비아에 대한 개입과 더불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A, 우리에게는 이 방해의 시도, 즉 제국적 반작용은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해결불가능한 위기의 시대, 해저의 플레이트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세력도 요동하는 시대에, 지배자인 다국적기업의 주인들은 이제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아랍혁명의 관리통제를 어떻게 조직할지 통일적인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버둥거리고 있을 뿐입니다. 터키와 독일은 나토(NATO) 길을 잃게 만들고, 이스라엘은 오바마의 노선을 뒤집고, (대서양에서 페르시아만까지의) 군주국가는 군주국가답게 행동하여 프랑스공화국에게 즉각적인 억압장치를 취하게 하고, 알제리군은 스탈린도 부러워할 방식으로 폭력을 계속해서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랍혁명은 지속되고 있습니다모나코와 알제리의 재를 불어 날려 버리고, 튀니지로 숨을 돌리고, 이집트에서는 이미 괴로워하고 번민하며 (거기서는 운동을 분쇄하기 위해 군대와 무슬림형제단이 손을 잡았다) 요르단과 시리아에서 투쟁하고, 바레인과 예멘에서는 압살당해 인터넷으로 도주하여 페르시아만 연안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 한편으로 전지구적 다자주의의 새로운 전망 속에는, 아직 아랍혁명의 장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조락(凋落)’으로부터 생겨난 전지구적 지정학적 재편 속에서, 최종적으로 나타난 것은 라틴아메리카였습니다. 그런데 군주의 고정수입 대신에 프롤레타리아의 투쟁과 임금인상 요구, 다중의 자유로운 재생산이라는 독립변수가 있을 때에, 아랍의 석유공급자들을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당신은 이 혁명이 유럽을 각성시켜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나아가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새로운 노동력이 그 공간에서 활동할 때, 지중해 남쪽 해안의 토지와 북쪽 해안의 토지는 아랍의 젊은이들에게도 유럽의 젊은이들에게도 공유된다고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제국과 독재자에 대한 투쟁의 일부이며, 아랍혁명으로 조직되는 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고도 덧붙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동의합니다. 당신이 장대한 메시나 해협대교를 매우 칭찬하고, 시칠리아와 튀니지를 연결하는 터널에 대하여 열렬히 말할 때. 그리하여 쌍방향적인 왕래가 용이하게 되어,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모든 내셔널리즘과 주인들에 대한 건강한 증오를 서로 전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들이 있는 곳에서 평화주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당신에게 전했을 때, (코소보와 이라크전쟁에 반대했을 때와 비교하면 매우 작은 운동이었습니다만) 당신은 미소로웃어넘겼다고 하지 않는다면답했습니다. 인도주의적 말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지금, 평화주의자들은 정말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을 확대하고, 재생산의 새로운 공평한 질서를 고안하는 것이며, 노동 포스트에서 석유의 지불을 하는 것이다 라고. 따라서 평화주의는 당신들의 정책을 지원하고, 아랍사회혁명에 물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통해서 무대에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걸려 있는 것은 미래의 비축, 지중해를 횡단하는 노동의 조직화와 분담, 에너지, 막대한 자금, 그리고 아마 세계 권력의 주요한 부분입니다. 그렇지 않으면그런 문제들을 회피한다면리비아 전쟁은 장기화되어 광신적인 것으로 되며, 아랍의 다른 국민을 끌어들이게 되어 최종적으로는 오직 폐허만이 남게 될 것입니다. 리비아에도 서방 국가들에도, 확실히 승자는 존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일방주의 시대 이후, 이 격동의 시대, 미국과 유럽의 제국적 정책이 조락하는 가운데, 그리고 나토NATO가 약체화되는 가운데 유일한 출구는 다시 한 번 계급투쟁을 새롭게 요동케 하는 것입니다아랍 노동자와 유럽 노동자를 한 데 합쳐. 경계를 돌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당신도 말했듯이, 개량주의적 좌파를 책임의 무게와 배신의 수치심으로 짓밟는 일이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부의 토대로서의 공통적인 것을 확인하면서 국경을 횡단하고, 생산방법의 형태를 변혁하는 정치프로그램을 급히 추진해야 합니다.


Posted by 붉은입술
읽기讀書/기사2010/10/18 00:54

너무 일찍 알아버린 20대, 그들이 냉소적인 이유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지음/푸른숲 발행ㆍ266쪽ㆍ1만3,000원

김지원기자 eddie@hk.co.kr

지난 3월 고려대 학생 김예슬씨가 교정에 '대학을 거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자퇴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쓸모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대학을 떠난다는 그의 선언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혹은 박수를 보냈고, 대학 교육의 현실에 대한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엄기호씨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 따르면 '김예슬 선언'을 열성적으로 응원한 것은 현재 대학생들을 불신하는 386세대였으며, 20대들은 오히려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나도 고려대 다녔으면 너처럼 할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덕성여대 길혜미 선언문. 아무도 관심 안가져줬을 것 같아요."(책에 실린 한 여대생의 말)

저자 엄씨는 이런 반응을 "개인의 행동을 개인적인 결단으로 순수하게 바라보기에는 사회가 철저하게 권력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20대들이 너무 일찍 간파해버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학 서열 체제에서 대다수의 20대는 이미 바깥으로 내쳐진 존재들이기에 체제로부터 탈주할 바깥도 없으며, 그래서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의 편입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사회학과 문화학을 전공한 인문학자인 저자가 2년 간 덕성여대와 연세대 원주캠퍼스에서 교양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A4 용지 5,000장이 넘는 분량의 리포트들을 추려내고 정리했다는 책 속에는 정치, 교육에서부터 가족, 연애, 돈과 소비, 다이어트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20대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있다.

그들은 뭘 해도 내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에 냉소하고, 억압과 폭력으로 가득한 교육을 불신하며, 경제력을 담보로 하는 연애에 피곤해한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돈이 없으면 자유를 빼앗긴다며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88만원 세대' '루저' '잉여' 등으로 불리는 20대. 하지만 저자는 "이들은 생각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전혀 다르게 경험하고 판단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며 기존의 논리와 언어에 기대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또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자고 말한다. "이들의 거칠고 정리되지 않고 울퉁불퉁한 목소리를 우리가 진지하고 꼼꼼하게 듣는 훈련이 되어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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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讀書/기사2010/10/09 01:44
“민주화된 한국엔 미래의 대안인 多衆이 싹트고 있다”
‘마르크스 마지막 후계자’ 안토니오 네그리가 본 사회변화

“1970~80년대의 민주화나 몇 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은 계급이나 직업, 성별이라는 집단적 구분이 불가능한 ‘다중’이라는 현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국가입니다.” ‘마르크스의 마지막 후계자’ ‘현존하는 가장 급진적인 학자이자 투사’로 불리는 정치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78)는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과거에 일궈낸 민주화와 현재의 시민운동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2000년대 이후 세계적 화제의 중심에 선 ‘지성인의 지성’으로 꼽히는 네그리가 한국 언론과 직접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 ‘제국’과 ‘다중’이라는 저작을 통해 국내에서도 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안토니오 네그리는 자신이 제시한 ‘다중’ 개념이 가장 잘 나타나는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한국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몸짓은 정열적이었고, 표현은 거침이 없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당대의 대학자는 자신이 ‘투사’라는 사실을 여전히 잊지 않고 있는 듯했다. 순간순간 운동권 대학생을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달 23일 ‘제국’ ‘다중’에 이은 필생의 역작 ‘제국 3부작’의 마지막편 ‘공동체’의 이탈리아어판 출간 행사를 가질 정도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자랑하는 그다.

네그리는 “안경을 쓰고 보는 것보다 안경을 벗고 보는 것이 더 잘 보인다.”고 했다. “세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만들어서 씌워 놓은 안경을 벗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제국 3부작’을 통해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 바로 ‘제국이 만들어낸 안경’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바꾸자는 것이었다. 한국에 대해서는 “프랑스 망명시절에 만난 지인들이 많다.”면서 “훌륭히 민주주의를 일궈내고, 제국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미래의 대안인 다중이 싹트고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그는 “내년 4월 일본 방문 일정이 잡혀 있는데, 가능하다면 한국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어판 서문을 별도로 쓸 정도로 한국 정치상황에 관심이 많은데.

-1980~90년대 프랑스 망명 시절에 한국인 제자들이 꽤 있었다. 상당수가 (동백림 사건 등)군사독재 아래에서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다가 망명한 사람들이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대중들이 밑으로부터 만들어낸 한국의 민주화는 정치·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은 민주주의라는 기반 자체가 서구처럼 수백 년 이상 쌓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훌륭히 해냈다.

→2008년 한국에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 당시 많은 학자들이 당신의 책 ‘다중’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중은 독자적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것이다. 다중 속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해관계가 합쳐지는 것이다. 대중은 시류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복잡해진 현대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반면 민중은 혁명성을 가진 피지배계급의 의미가 강하지만 지금은 사회 전복과 같은 동일한 목표를 찾기 힘들다. 다중의 구성원 간에는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문화, 인종, 직업 등이 모두 다르다. 심지어 직업의 유무조차도 중요치 않은 만큼 과거처럼 노동자 계급이라는 일관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중은 함께 모여 행동을 하지만 단일한 집단으로 묶는 전체주의적 환원은 없다. 한국의 촛불시위도 결국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합쳐져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그것이 바로 다중이다.

→그렇다면 다중은 대체 언제 일어나는가.

-파리에 1990년대 중반 지하철 승무원들이 대규모 파업을 일으켰다. 그런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파리 안팎에서 동조하는 시위를 일으키고, 연대해서 뜻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처음에는 조그맣고 그들 사이에서 끝날 일이지만 결국에는 다중이 모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여성들의 페미니즘 운동이 남성들의 뜻을 모을 수도 있고 동성애자 운동, 환경생태운동, 독립미디어운동 등이 모두 다중이 일어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사례들이다.

→당신과 제자인 마이클 하트 교수가 쓴 ‘제국’은 미국 중심의 세계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 큰 논란을 제공했다.

-처음 책을 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왜 미국을 나쁘게 보느냐고 물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내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책에서 테러를 예언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제국주의가 사라진 이후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면서 미국이 군사·경제·문화적 힘을 내세워 시도하기 시작한 ‘제국화’가 세계에 더 많은 불안요소들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어떻게 나타나느냐의 문제일 뿐 구조적으로 이미 그 전에 미국이 시도하던 제국화의 결과가 표출될 시점에 도달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무기는 월등한 군사력·달러·언어(영어) 등 세 가지였다. 이 셋 모두 과거처럼 절대적이지 않은데, 제국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겠나. 그런데 중국이나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는 여전히 미국을 벤치마킹한 제국화가 시도되고 있다. 제국화가 계속 진행되면 결국 문제가 되는 힘 자체는 변하지 않고 누가 힘을 발휘하느냐 하는 구성요소만 바뀌게 된다. 배타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다 마찬가지다.

→제국화가 실질적으로 세계인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자본주의식 민주주의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현 상황을 보자. 하루에 8시간 일하던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일하고 있다. 당연히 가족 간의 관계나 생활의 질은 더 떨어진다. 경제위기는 점차 주기가 짧아지고, 이 때문에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뭔지 모를 수많은 두려움에 시달린다.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막연한 두려움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키워줄 뿐이다.

→‘제국’에서 세계적인 현상을 분석했고 ‘다중’을 통해 대안을 찾고자 했다. 세 번째 책이자 시리즈의 마지막인 ‘공동체’는 어떤 의미인가.

-이번에 이탈리아어판을 출간하면서 약간 마찰이 있었다. 미국판(2009년 출간)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커뮨웰스’는 ‘공동체의 가치’, 즉 물질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탈리아어판에는 ‘공동체’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개념만 담은 ‘커뮤니’를 사용했다. 공동체는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 컨셉트는 아니다. 공동체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고,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셸 푸코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일 그 자체와 다르지 않다. 일을 하고, 그것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이런 공동체적 관계는 궁극적으로는 법조차 필요없는 사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서 사회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스스로 정리를 하고 사회를 일구어 나가는 것이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이다.

→당신은 사회구성원들에 대해 ‘하층민’ ‘가난하고 없는 자’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그들의 힘을 사회 변화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는데.

-하층민은 분명한 힘이 있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하층민의 지혜가 세상을 바꿔왔다. 지혜는 돈이나 배터리처럼 닳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층민은 항상 사회에 반응한다. 마르크스, 무솔리니, 히틀러 등 누군가가 사회를 변화시키고 뒤집으려 할 때마다 하층민들의 힘이 저항의 원동력이 됐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그 힘에 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하층민이 발휘하는 저항의 힘이 누르는 힘보다 약했다면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왕이 됐을 것이다.

→제국 3부작에서는 당신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은 끊임없이 변한다. 토머스 제퍼슨이 ‘법은 10년마다 바꾸는 것이 좋다.’라는 얘기를 했다.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사회는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궁극적인 민주주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계속 변하는 것이다.

→제국 3부작을 제자인 마이클 하트 미국 듀크대 교수와 함께 썼다. 사상을 연구하고 집대성하는 일을 모두 함께 했는데, 동지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하트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다. 단지 한 사람은 미국에서, 한 사람은 이탈리아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감독인 당신의 딸 안나 네그리는 자서전에서 ‘아버지가 유명한 것이 너무 싫었다.’고 썼다. 넬슨 만델라나 당신처럼 투사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힘든 일이었을 텐데.

-내가 망명을 하거나 투옥생활을 할 때 가족들은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딸 역시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나한테 항상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해 주곤 한다. 나 역시 마음 가장 중요한 곳에서 가족을 언제나 잊지 않았다.

글 사진 베니스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지성인의 지성… 현존 최고의 급진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 공산당처럼 ‘당’으로 대표되는 조직보다 일반 대중의 투쟁이 사회 발전을 주도한다는 자율주의적 마르크스주의의 대표 학자다. 현존하는 가장 급진적인 정치사상가로 꼽힌다. 1933년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후반 자율성, 자주성을 강조한 ‘아우토노미아’ 운동을 창시하고 이탈리아 비의회 좌파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0년대 말 정치범으로 구속됐고, 1983년 급진당 의원으로 당선돼 사면된 뒤 프랑스로 망명했다. 미셸 푸코, 들뢰즈, 가타리 등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교분을 쌓으며 지배 권력에 대항하는 대중의 힘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2000년 발간된 ‘제국’은 국가와 국적, 국경을 초월한 전 지구적 시스템이 과거 제국주의 대신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4년에는 후속작인 ‘다중’을 통해 제국에 대항하는 근원적인 힘을 제시했다. 예술과 다중, 전복적 스피노자, 혁명의 시간, 굿바이 미스터 사회주의 등 5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2010-10-09  2면
Posted by 붉은입술
읽기讀書/기사2010/04/01 17:38

아이폰 촛불 등장, 난감한 경찰

재기발랄 새로운 시위문화… 양초업계 타격 불가피?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 아이폰 촛불이 새로운 집회 트렌드가 될까. 31일 저녁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렸던 촛불집회에서는 아이폰 촛불이 등장했다. 천안함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이날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거나 빼앗는 등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집회 참석자는 10명 안팎이었지만 경찰은 참석자가 늘어나기 전에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촛불을 끄려는 경찰과 다시 켜려는 참석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촛불을 빼앗긴 일부 참석자들이 아이폰을 꺼내들고 촛불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켜 흔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당황했다. 휴대전화 단말기를 시위용품으로 보기 애매한데다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이를 빼앗게 되면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게 뻔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화면에 촛불을 띄웠다는 이유로 빼앗기에는 명분이 부족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폰은 배터리 탈착도 안 된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촛불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대부분 무료거나 1달러 정도면 구매할 수 있는데 진짜 촛불처럼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리고 아이폰을 흔들면 촛불도 따라서 흔들린다. 일부는 바람을 불어 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만약 경찰이 이를 알았다면 아이폰 촛불도 불어서 끄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 애플 앱스토어에는 수십여종의 촛불 어플리케이션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무료거나 1달러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ilounge.com


앱스토어에는 촛불 뿐만 아니라 라이터 어플리케이션도 다양하다. 지포 라이터처럼 생겨서 찰칵하고 뚜껑을 열면 불이 붙는 어플리케이션도 있고 흔히 쓰는 1회용 라이터처럼 마찰 롤러를 굴려서 불을 붙이는 어플리케이션도 있다. 어느 것이나 밤에 보면 진짜 라이터처럼 환한 불빛을 내뿜는다. 보통은 호기심 차원에서 한번 실행시켜 보고 내버려 두는데 이게 집회에 사용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촛불집회의 기원은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 장갑차에 깔려 무참하게 숨진 미선․효순양의 넋을 위로하자는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시작된 촛불은 한미FTA 반대 집회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집회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촛불은 미선․효순양의 영혼을 의미하는 동시에 어두운 현실에 불을 밝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 촛불 어플리케이션 가운데 하나인 캔들 프레임. 입으로 바람을 불면 꺼진다. 가격은 무료.

앞으로 촛불집회 때는 수많은 아이폰 촛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아이폰 뿐만이 아니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에도 촛불 어플리케이션이 많다. 진짜 촛불과 달리 따뜻한 온기는 없지만 불을 밝힌다는 건 다를 바 없다. 비용도 들지 않는다. 과거 일부 보수 언론이 비난했던 것처럼 촛농을 떨어뜨려 거리를 어지럽힐 일도 없다. 물론 그렇게 되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는 양초업계는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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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讀書/기사2010/01/18 22:02

Posted by 붉은입술
읽기讀書/네그리2009/11/06 13:23

세미나 두 번째 시간.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발췌해 둔다.

Second, the concept of Empire presents itself not as a historical regime originating in conquest, but rather as an order that effectively suspends history and thereby fixes the existing state of affairs for eternity. From the perspective of Empire, this is the way things will always be and the way they were always meant to be. In other words, Empire presents its rule not as a transitory moment in the movement of history, but as a regime with no temporal boundaries and in this sense outside of history or at the end of history.

두 번째, 제국 개념은 정복의 생겨난 역사적 체제로서가 아니라 역사를 효과적으로 중지시키고 그럼으로써 사태의 현 상태를 영원히 고정하는 질서로서 나타난다. 제국의 관점에서 이것은 사태가 항상 존재할 방식이며 사태가 항상 존재한다고 의미되었던 방식이다. 달리 말해서, 제국은 자신의 지배를 역사적 운동 속에서의 일시적 계기로서가 아니라, 어떤 시간적 경계도 없는, 그러고 이런 의미에서 역사를 벗어나 있거나 역사의 극한에 있는 하나의 체제로서 나타난다.(한국어판,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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